키토 구시가지의 주거는 현대적 수요에 맞지 않아 인구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대부분의 건축 개입이 관광에 집중되면서 주민의 ‘터전 의식’이 사라지고, 창고나 임시 상점으로 쓰이던 공간은 방치된 채 지역 공동체의 활력이 약화되었다.
산 톨라 코하우징 프로젝트는 19세기 말에 지어진 약 800㎡ 규모의 주택을 되살리는 데서 출발했다. 습기와 균열, 재료 손상 등으로 사용이 제한적이던 건물은 기존의 두께가 다른 흙벽돌(어도비) 구조를 보존하면서 보강하여 내구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쓰임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적 해법은 ‘원래 있던 것의 회복과 강화’에 집중했다. 구조를 보강한 어도비 벽 안에 8가구의 아파트와 2곳의 상점을 배치하고, 단순한 마감을 통해 입주자가 직접 개성을 더할 수 있도록 했다. 심하게 손상된 기존 유칼립투스 목재 지붕은 해체 후 재사용 가능한 부재를 선별하고, 긴 부재는 강철 텐서로 대체해 다시 조립했다. 목재 바닥, 문, 창은 모두 복원해 재사용했다.
공동 마당을 덮은 대형 집성목 구조와 유리 지붕은 내부로 빛과 열을 끌어들여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지붕과 복도의 일부를 조정해 채광을 확보하고, 메인 계단과 복도를 천공 철재로 제작해 빛이 건물 전체로 퍼지게 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질 높은 공동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미 존재하는 건축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재료를 해체•재사용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은 건설 폐기물 감소와 자원 순환에 직접 기여한다. 대중교통과 기반 시설이 갖춰진 구도심을 되살리는 것은, 지속 가능한 도시 생활의 한 축을 마련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