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해안 지역의 가정은 매년 반복되는 사이클론과 홍수, 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험에 놓여 있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은 단순한 집의 붕괴를 넘어 가족의 안전, 공동체 존속, 생계 기반까지 위협한다.
이에 탄력적 주택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와 함께 설계한 기후 대응형 주택 모델을 제시한다. 이 주택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목재와 전통 지혜를 바탕으로, 철근 콘크리트 말뚝•클램프 기반 모듈식 접합 구조 같은 현대적 기술을 결합했다. 그 결과 사이클론에도 견딜 만큼 견고하고, 필요할 경우 손쉽게 조립•해체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로 탄생했다. 또한 기단을 높여 침수 피해를 줄이고, 다층 구조로 가정 내 텃밭과 공동 공간까지 포함해 실용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창의적 접근은 못 대신 나사, 교체 가능한 부품 같은 세부적 설계에도 드러난다. 최소한의 도구로 유지•보수가 가능하며, 모든 구조 요소는 재사용할 수 있어 환경 부담을 줄인다. 전통과 공학이 만난 이 집은 단순한 ‘비상 대피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 공간’이다.
기후 재난에 견디는 집은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뿌리내릴 수 있게 하며,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과 자부심을 준다. 지역 재료와 노동을 활용해 건설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술 전승과 경제적 회복력이 강화된다. 더 나아가 저비용•고내구성 기후주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환경 정의와 포용적 발전에 기여한다.
이 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 바라살 주 깔라파라(Kalapara)와 치타공 주 타쿤다(Sitakunda)에서 구현되었으며, CODEC 건축가와 엔지니어, JICA 전문가,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협력으로 완성되었다. 주민들의 의견이 평면 설계와 기능에 반영되었고, 현지 노동자들은 훈련을 거쳐 건설에 참여하며 주인의식과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
앞으로 탄력적 주택 모델은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홍수평야, 도서 지역 등 전 세계 재난 취약 지역에도 적용 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긴급 대피소와 장기 주거 사이의 실질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