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퉁구라우아 화산 기슭, 과거 오랫동안 가족이 운영하던 채석장이 자리하던 땅이 이제는 새로운 모습이 되었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활발한 분화가 이어진 이 화산 지대는 라하르 물질이 흘러내리는 협곡과 맞닿아 있으며, 그 지질적 특성은 오랫동안 채석 산업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세대 교체와 함께 현 소유자는 생태 복원과 지역 공동체 기반 관광으로 경제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전체 부지의 60%가 자연 그대로 남아 있어, 정글과 파라모 생태계, 아마존 지류인 파스타사 강, 천연 샘과 웅장한 암벽 등은 지속 가능한 보전과 활용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이곳은 등반객과 캠핑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숙소와 공동 부엌은 순환 경제 원칙에 따라 지어졌다. 현지 채석장에서 나온 폐자재, 해체된 도시 건축물의 자재, 재활용 가능한 기계 부품 등이 건축에 활용되었고, 태양광과 태양열, 폐수 처리 시스템으로 전력이 공급된다. 이는 ‘채석장의 기억’을 재해석하는 과정이자, 버려진 물질을 재평가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적 실험이다.
큰 석재는 기둥이 되고, 슬레이트는 세면대가 되며, 자갈은 길이 된다. 스크린, 송유관, 금속 조각, 강철 케이블 등 재활용 부품들이 공간 속에서 채석장의 흔적을 새로운 생명으로 치환한다. 이와 같은 자원 활용은 단순한 건축 행위를 넘어,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재활용의 정치학’을 보여준다.